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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윤흥길 장마를 읽고나서
윤흥길 장마를 읽고나서
윤흥길의 장마는 기존의 1950년대의 전쟁문학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50년대는 우리나라의 문학이 아픔의 문학으로 뜨거운 분노의 문학으로 볼 수 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전쟁터는 삶이냐 죽음이냐를 결탄케 하는 절박한 현장이었다. 이 가혹한 현실 앞에 작가들 또한 삶과 죽음, 적이냐 우군이냐 하는 식의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1950년대의 소설을 개관적인 관찰자 입장의 소설이 아니라 직선적인 호소의 문학이라고 보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관점이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소설에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4.19와 5.16을 겪으면서 새롭게 전개되는 한국사회의 모습 속에 소설에서도 제재의 면이나 작가의 자세의 면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6.25를 겪은 작가들의 6.25를 봏는 시각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전쟁은 당사자가 아니라 목격자로 겪은 전쟁인 것이었다. 윤흥길의 장마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관찰되어진 6.25 문학이며 이런 성격의 문학으로서 백미라 할 만한 작품이다. 장마는 이념적 대립을 모속 신앙에 의해 극복해 가는 이야기가 어린이 화가(동만)에 의해 서술되고 있는 작품이다. 외삼촌은 국군으로 나가고 삼촌은 빨치산으로 나감으로서 한 집안에 갈등이 시작된다. 외삼촌의 전사소식을 접한 이후로 두 할머니의 갈등은 심화된다. 빨치산에 대한 소탕이 있은 후에도 할머니는 삼촌이 상아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그토록 강하고 믿고 있던 삼촌의 귀환은 이루어지지 않고 대신 구렁이가 출현함으로써 할머니의 기대를 저 버린다. 할머니는 구렁이를 보고 쓰러지지만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삼촌의 환생으로 믿고 구렁이를 잘 배웅해 준다. 이 사건으로 두 할머니의 갈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주어지고, 할머니는 임종 직전에 외할머니와 화해를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이중의 시점에 의해 서술되고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즉 작중 서술자인 ‘나`는 현재 어른의 모습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전쟁을 겪었던 과거 유년기 상황과 그 체험을 그려낼 때에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 나이로 등장한다. 과거 ’나‘의 시점은 어린시점인 동시에 ’순진한‘시점이며 현재 ’나‘의 시점은 과거의 경험을 서술하면서 새롭게 재체험하는 시점이다. 그리하여 부분적으로 서술 자아의 판단이 개입되기도 하고, 때로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완전한 어린 아이의 시점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의 시점도 아닌 중립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구렁이의 등장은 작중현실에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일상적인 차원의 사물을 환상적이고 상징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삼촌이 오리라고 생각한 날 삼촌은 오지 않고 구렁이가 등장한 것을 보면, 삼촌의 현신으로 볼 수 있다. 외할머니도 구렁이를 마치 삼촌처럼 생각하고 말을 하고 있는 것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전사 통지서를 받은 외삼촌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핏줄이면서도 남북의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서로의 총부리에 의해 모두 죽고 만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구렁이는 한을 품고 죽어 간 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문학은 그 사회의 언어 관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샤머니즘에 대해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할머니가 구렁이를 죽은 삼촌은 외할머니에게는 자기 아들을 죽인 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외할머니는 오히려 감싸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관용과 포용으로 볼 수 있다. 결말에서 외할머니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냄새를 풍기자 구렁이가 대밭으로 사라진다. 이는 원한 맺힌 구렁이가 할머니의 인간적인 냄새를 맡고서야, 그리고 숨결을 느끼고서야 죽어서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는 동족상잔의 상처는 오직 민족 간, 가족 간의 따스한 애정이 있을 때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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