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은 외헌에 있고 연화는 내당에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병이 점점 나은 지경은 심심하여 거닐다가 내당에 들어가 연화를 찾아가고 병이 나음을 서로 축하해 주었다. 그래서 지경의 식구들은 불쾌해했지만, 그녀는 고운 얼굴이 아니고 어질고 착한 모습도 없었다. 지경이 자신에게 오지 않음에 옹주가 크게 한하고 노하여 임금께 고하나 임금은 비록 자식의 일이나 부부간 사정을 어찌 아는 체 하겠느냐고 말하며, 최참판 댁 종들이 뜰을 쓸다가 동산 담으로부터 연화의 침실로까지 자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최 참판에게는 죽은 전취 윤부인이 낳은 두 아들과 후부인 이씨가 낳은 딸이 하나 있었는데, 성품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신하들이 혼례를 앞두고 부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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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 시절에 윤현(尹鉉)이라는 재상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셋째 아들인 지경은 문장이 빼어나고 풍채가 준수하여 아들 중 가장 편애하였다. 지경이 16세에 과거를 보아 진사가 되면서 그의 이름이 온 세상에 진동하고, 구혼하는 사람이 구름 모이듯 하였다.
그 해 여름에 전염성 열병이 크게 돌자 이를 피하기 위해 윤현은 막내인 지경을 데리고 사촌 매부인 최참판의 집으로 거처를 잠시 옮겼다. 최 참판에게는 죽은 전취 윤부인이 낳은 두 아들과 후부인 이씨가 낳은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딸의 이름은 연화였다. 윤현이 지경을 데리고 최 참판의 집으로 올 때 연화의 나이는 13살이었다. 연화는 용모가 매우 고왔고, 성품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윤현이 최참판 댁에 이른 후, 지경은 자신의 아버지께 인사를 하는 연화의 자태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되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경은 전염성 열병으로 인하여 심하게 앓게 되고 여러 날 뒤에 연화도 앓게 되었다. 지경과 연화를 종들에게 맡기고 양가에서 피접하니, 지경은 외헌에 있고 연화는 내당에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병이 점점 나은 지경은 심심하여 거닐다가 내당에 들어가 연화를 찾아가고 병이 나음을 서로 축하해 주었다. 두 사람은 바둑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심함을 달래었다. 이 후 두 사람은 병이 낫게 되어 각각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서로 함께한 시간을 통하여 지경과 연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양가의 허락을 받아 혼례를 치르기로 약속했다.
이듬해 지경은 장원 급제를 하여 명성이 조정에 가득하였고, 이에 종실(왕의 동생) 희안군은 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지경에게 청혼을 하였다. 하지만 연화와 이미 혼례를 치르기로 약속한 지경은 희안군의 제의를 거절했고, 희안군은 청혼을 거절당하자 크게 노하였다. 앙심을 품은 희안군은 왕을 움직여 지경을 귀인 박씨(왕의 애첩)의 소생인 연성 옹주의 부마로 간택하도록 하였다. 공교롭게도 지경과 연화가 혼인식을 거행하는 날 지경에게 입궐하라는 교지가 내려졌다.
지경은 궐내로 들어가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을 듣고 최참판 댁의 연화와 이미 혼례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왕에게 항변하였다. 지경이 부마가 되기를 계속해서 거절하자 왕은 노하여 지경 부자를 하옥시키고 최참판에게 파혼하라는 전지를 내렸다. 하지만 신하들이 혼례를 앞두고 부마를 옥에 가두는 것은 길하지 못하다고 상소함에 따라 임금은 지경 부자를 방면하고 지경에게 벼슬을 주며 연성 옹주와의 혼례를 명했다. 지경은 왕의 뜻을 끝내 거절할 수 없어 연성 옹주와 결국 혼인하였다. 지경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옹주를 맞이하니, 그녀는 고운 얼굴이 아니고 어질고 착한 모습도 없었다. 그래서 지경의 식구들은 불쾌해했지만, 왕의 위엄이 두려워 그녀를 공경 접대하였다. 하지만 지경은 연화를 향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여 옹주와의 첫날밤에 띠를 끄르지 아니하고 밤을 새웠다.
이후 지경은 연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한림(최참판의 장자)의 딸더러 연화의 침실을 자세히 묻고 매일 밤 어두운 때를 틈타 월장하여 최참판 몰래 연화 낭자의 침소에 들었다. 그렇게 지경은 연화와 매일 밤을 함께 보내고 새벽에 담을 넘어 밖으로 나와 낮에는 조정의 일에 참여하였다. 옹주는 지경이 밤에 가는 곳을 알지 못하였고 지경은 낮에 하루 한 번씩 옹주가 있는 집에 들어와 볼 뿐이었다. 지경이 자신에게 오지 않음에 옹주가 크게 한하고 노하여 임금께 고하나 임금은 비록 자식의 일이나 부부간 사정을 어찌 아는 체 하겠느냐고 말하며, 드러나는 일이 있으면 다스리겠다고 했다. 어느덧 겨울이 오고도 지경은 풍설을 무릅쓰고 밤마다 연화를 만나기 위하여 연화의 침실로 찾아 갔다. 어느 날, 최참판 댁 종들이 뜰을 쓸다가 동산 담으로부터 연화의 침실로까지 자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지경은 한림과 최참판에게 연화가 그리워 견디지 못하여서 8월부터 날마다 월장하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말을 들은 최참판은 지경을 가엾게 여기면서도 그 시대의 큰 권력을 지닌 귀인 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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