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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이 책은 영남신학대학 교수인 김동건씨가 자신의 아버지인 고 김치영 목사님의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암 투병 과정을 함께 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인데다가 ‘목사’ 직분까지 가진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닌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충격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보통의 암투병기적인 내용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고통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신학자로서의 성찰, 그리고 한국 사회와 현재의 기독교에 대해서, 아울러 삶을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감동적인 대화가 아로새겨져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다가, 신학자이자 목사님들인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기에 어느 정도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을 앞두고서 과연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은 다소 상투적이면서도 약간은 ‘위선’이라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 예상한 채로 독서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2.암 소식을 듣고
아무리 신앙이 투철한 사람이라도 ‘암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을 때에는 당혹스럽고 긴장을 하는 것 같다. 고 김치영 목사는 암 진단 과정에서 자신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일을 방문 온 손님들에게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21쪽) 성경에서는 “항상 기뻐하라”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정하는 말을 듣는 순간에도 감사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상식으로는 그러한 성경의 가르침은 불행이 찾아온 순간에서도 신앙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목사님 가정이라면 신도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더욱 강인하게 죽은 후에 천국으로 갈 것을 생각하며 감사하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버지의 암 소식을 듣고 다 같이 당황스러워 하는 가족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주며, 인간에게 찾아오는 고통에 대해 반응하는 모습은 종교인이건 아니건 거의 비슷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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